1. 서론: 전쟁과 산업의 연결고리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는 정치, 경제, 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겪고 있다. 2025년 현재까지도 전쟁이 지속되면서 국제 질서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에너지 산업과 첨단 기술 분야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2차전지(배터리) 산업은 전쟁의 여파로 인해 원자재 수급 문제, 공급망 재편, 수요 증가 등의 변화를 겪고 있다. 본 글에서는 2025년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차전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2. 전쟁이 2차전지 산업에 미치는 주요 영향
1) 원자재 공급망 문제: 니켈, 리튬, 코발트 가격 변동
2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니켈(Ni), 리튬(Li), 코발트(Co)는 특정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된다.
- 니켈: 러시아는 세계 3위의 니켈 생산국이며, 특히 배터리에 필수적인 고순도 니켈의 주요 공급국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서방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고, 러시아산 니켈의 글로벌 시장 접근이 제한되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 리튬: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해 보일 수 있지만,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리튬 가격 역시 변동성이 커졌다. 특히, 중국과 호주의 리튬 공급망이 러시아의 외교적 움직임과 연계되면서 유럽과 미국이 리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코발트: 러시아는 코발트 생산국으로서의 비중은 낮지만, 주요 코발트 생산국인 아프리카(특히 콩고)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방 국가들이 코발트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배터리 제조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2)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와 2차전지 수요 증가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유럽과 주요 선진국들은 러시아산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 유럽연합(EU)은 전기차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이에 따라 전기차 및 에너지 저장장치(ESS)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 독일, 프랑스 등은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며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2차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역시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인도 등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3) 중국과의 관계 변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재편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었고, 이는 배터리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중국은 이미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무역 확대를 통해 니켈, 리튬 등의 원자재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확보하고 있다.
- 이에 따라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며, 한국과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배터리 공세와 원자재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해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4) 군수 산업과 2차전지 기술 발전
전쟁이 지속되면서 군사용 배터리 및 방산 관련 기술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드론, 전기 군용차량, 전자전 장비 등에서 고성능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밀도 배터리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 특히, 미국과 유럽의 방산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및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민간 배터리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3. 향후 전망과 대응 전략
1)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필요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한국 및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 리튬, 코발트의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 특히,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대체 공급처 확보가 필수적이며, 자원 재활용(Recycling) 기술 개발도 중요해지고 있다.
2) 미국 및 유럽 시장 공략 강화
-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친환경 정책에 맞춰 현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
- 미국, 유럽 내 배터리 공장 건설을 통해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3)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가속화
-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의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해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전쟁으로 인해 군수 및 항공우주용 배터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련 시장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4. 결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2차전지 산업
2025년 현재까지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차전지 산업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원자재 공급망 불안정과 가격 변동성 확대는 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 큰 부담이지만, 반대로 전기차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2차전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및 유럽 시장 공략,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차세대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앞으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이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어떻게 종식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